2015/06/11 22:09

그래픽 비전공자의 그래픽용 노트북 구입기 개인적인 이야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한 달 동안 마구잡이로 습득한 지식이라 틀린 부분이 많을 것 같으니 컴퓨터 잘 모르시는 분들은 참고 정도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드디어 노트북을 구입했다. 그리고 그 전에는 무려 두번의 환불을 거쳤었고...
꽤나 고단했던 노트북 구입 과정이었는데 나의 까다로움과 몇 번의 불운이 합쳐져 만든 결과였다.

우선 내가 찾고 있던 노트북은...
- 영상 편집 프로그램(ex. 어도비 프리미어)을 쓸 수 있을 정도의 사양 : CPU는 i5 이상 되어야 하고(노트북은 데스크탑보다 한 단계 낮은 CPU 성능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그래픽카드 역시 (엔비디아 기준)두번째 번호가 최소한 3 이상인 것이 좋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이보다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 그런데 그 정도 사양 되는 노트북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거나 A/S가 매우 힘들거나 맥북프로가 아닌 이상 게이밍노트북이라 디자인을 포기해야 하거나 하는 애로사항이 생기기 때문에 CPU와 그래픽카드의 균형을 맞춰서 구입해야 한다.
- 풀HD 디스플레이 : 해상도에 매우 민감한 편이고 노트북을 사는 이유의 절반 쯤은 영상, 사진 편집, 일러스트 그리는 일이기 때문에 해상도가 매우 중요하고 실제 색상 구현도도 잘 맞아야 한다. IPS 패널이 이런 조건에 잘 부합하는데 이 패널을 쓰는 노트북이 의외로 정.말. 찾기 힘들다. 지금 노트북을 사고 나서 느끼는 거지만 해상도보다도 사실 더 중요한 건 패널 종류인 것 같다.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LG 노트북이나 맥북에서 IPS 패널을 구입하는 걸 정말정말 추천한다. 한 맺힌 추천이다.
- 2kg 이하의 무게, 100만원 내외의 가격 : 아무리 사양과 화면이 중요하다고 해도 들고 다닐 수 없으면 의미가 없는 나는야 뚜벅이 대학생ㅎㅎ 가격이야 높게 잡으면 맥북프로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있지만 돈이 없기 때문에...

뭐 대락 이런 기준으로 노트북을 찾고 있었다. 사실 이것보다 더 까다롭게 기준을 세웠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위의 기준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들이다. 이런 기준으로 본 것들이(다나와에서 찾아봤음) LG 노트북(i5-4, 지포스 720M, IPS, 14인치, 1.6kg, 100만원 이하)과 hp 노트북(i7-4, GT 740M, 논글레어, 14인치, 1.7kg, 100만원 이하)이었다. 두 개를 비교해보면 딱 알겠지만 가성비면에서는 hp가 훠얼씬 낫다.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나는 hp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물론 A/S가 맘에 걸리긴 했지만 사실 인생 살면서 무언가를 A/S 받아봤던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시원스레 hp 노트북을 샀다. 99만원 정도를 주고 사서 배송도 빠르게 받았는데 '음... 안 켜지네? 노트북을 처음 살 땐 완충을 시켜야 되는 건가? 어댑터는 꽂았는데? 음... 세시간이 지나도 안켜지네?' 대략 이런 상황이 벌어지더라ㅎㅎ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공부해서 산 만큼 기대가 정말 컸는데 전원조차 켜지지 않는 노트북을 보니 멘붕.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A/S를 시작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주문했기 때문에 환불 절차도 까다롭고 용산까지 가는 것도 귀찮겠다 싶었다. 일단 나는 상당히 낙심했고 그래도 어쨌든 이걸 처리는 해야겠으니 빠르게 반품/교환 신청을 하고 용산으로 갔다. 용산 전자상가에는 처음 가보는 거라 hp 서비스 센터를 네이버 지도에서 찾아서 갔는데 무슨 아파트 단지에 곧 무너질 것만 같은 곳으로 안내하는 거다. 알고보니 그냥 개인이 수리하는 곳이고 지금 운영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척 허름... 버스 타고 코 앞까지 갔다가 다시 용산역으로 돌아와서 전자랜드 4층으로 향했다. 이윽고 당도한 hp 공식 서비스 센터... 나는 이 곳에 들어서고 10초만에 아 이 노트북은 교환을 받으면 안되는 거라는 걸 느꼈다. A/S 구리다 구리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가보니 '공식'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민망할 정도. 내가 들어서서 번호표를 뽑고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서성일 때까지 직원분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계셨; 그 후에는 친절하게 해주셨지만 아무튼 삼성, LG를 생각하면 절대절대 정말로 절대 안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까다롭다는 불량 감정서는 내 노트북의 경우 정말 대단한 불량이었는지(전원이 안켜지니까) 한 번에 나왔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던 노트북이었지만 결국에는 불량과 A/S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 후에는 비 삼성, LG에 큰 두려움이 생겨버려서(원래 삼성, LG 만큼은 안 사려고 했었다. 고사양을 원하는데 가성비 면에서 너무 안맞으니까.) 이 두 브랜드에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앞서 말한 LG 노트북과 삼성 NT500R5K-X52M 이렇게 두 개가 후보에 올랐다. 나는 무조건 LG를 사려고 했다. 일단 내게 너무나도 중요한 디스플레이가 좋고 사양은 삼성보다 부족하지만 더 가볍고 작기 때문에 이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다나와에 올라온 매물의 판매처가 다 개인 판매처. 노트북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것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지만 개인 판매처의 경우에는 현금으로 한 번에 내야 하기 때문에 현금영수증을 할 수 없는 것도 그렇고 할부가 안되는 것도 그렇고 불안하기도 하고 이렇게 구입하고 싶지는 않았다. 10만원 정도 더 주더라도 큰 업체에서 카드로 사고 싶은 게 내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미 내가 노트북을 두번이나 환불한 상황이기도 하고(2년 전에 소음문제로 한 번 환불) 부모님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 하셨기에 그래, 보고 사자, 싶어서 전자상가가 몰려있는 집 근처 사거리로 향했다. LG와 삼성 브랜드샵부터 갔는데 진짜 거기는 물건도 너무 없지만 내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는 것도 없고 아무튼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도 살 게 없었다. 의문스러울 정도로 취급 품목이 적고 그렇다고 신상품을 다 들여놓은 것도 아니고 희한하더라. 그 후에는 하이마트에 갔는데 부지런히 열변을 토하시는 직원분을 만나게 된 거라... 나름대로 공부는 하고 갔기 때문에 이래 저래 끄덕이며 설명을 듣는데 땀흘리며 설명해주시니 참 감사하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거기서 삼성 NT500R5K-X52M의 실물을 봤다. 나쁘지 않았다.(내가 찾는 LG 그 제품은 없음) 그리고 사양도 삼성에서 그 가격에 정말 나쁘지 않았다. i5-5세대에 지포스 840M, 풀HD이고 SSD까지. 할인해서 110만원대인데 오호 괜찮네 했다. 그런데, 그런데 동영상 화질이 놀랍도록 구렸다. 풀HD라는 걸 믿을 수가 없을 정도. 이래서 IPS를 쓰는구나 단박에 와닿을 정도로. 그래도 뭐 풀HD라고 하니까 중간은 가겠지 아무리 그래도 삼성인데 정신줄 잡고 만들었겠지, 그리고 엄마도 빨리 사라고 하시고 직원분도 너무나 열심히 설명해주시고 가격까지 맞춰주시고... 그 동안 노트북으로 너무 스트레스 받았기 떄문에 나도 얼른 사버리고 싶어서, 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3일째 사용하는 중이다. 후기를 남기기엔 아직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느낄 수 있었던 건 다 말해보자면, 크고 무겁다. 15.6인치에 1.9kg인데 크고 무겁다. 13인치만 돼도 됐을 것 같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비율을 16:9로 하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노이해. 양 옆 너무 많이 남는데? 그리고 너무 중요한 거, 동영상 화질이 그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후지다. 매장에서 봤던 것보다 백배는 후지다. 정말 그래픽을 전문적으로 만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절대 이걸 사면 안된다. 무조건 IPS다. 그런데 IPS가 달린 영상 편집이 가능한 노트북은 LG에 없다... 괜히 사진, 영상 만지는 사람들이 맥북을 사는 게 아닌 것이 일단 선택지가 없음ㅋㅋㅋ 물론 게이밍노트북을 사도 비슷하게 되긴 하지만 무게와 디자인이 견딜 수 없을 것. 후진 디스플레이는 너무나 결정적인 단점이지만 삼성을 살 때 어느 정도 각오한 것이기도 하고 정말 세상에 노트북이 셀 수 없을만큼 많아도 내 입맛에 딱 맞는 노트북은 없기 때문에 감안하기로 했다. 오늘 맥북에어와 맥북프로를 다 쓰는 실용음악과 학생이랑 이야기 해보고(그 학생이 말하기를, 맥북은 정말 다- 안 좋은데 음악, 영상 같은 걸 만진다면 이만한 게 없다고. 정답인 듯.) 또 느낀 건데 어차피 나는 인문대 학생으로서의 노트북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윈도우 기반이 더 편할 거고 적당히 조율해보면 결국 이 노트북밖에 없겠더라. 윈도우+A/S+고사양+디자인+가격을 생각하면 결국 이거니까. 실제로 다나와에서 그래픽용 노트북에서 그래픽+휴대성 카데고리를 낮은가격순으로 정렬하면 상위에 있는 삼성, LG 제품이 요것 뿐이다. 그리고 불행 중의 다행인 것은 내가 주로 만지는 영상이 다큐멘터리라 영상 색상을 조절한다거나 화려하고 동적인 영상을 넣는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 일러스트 그리는 건 안 그래도 색깔 넣기 너무 힘들었는데 심플하게 흑백으로 가자... 흡..큽... 그렇게 자기 위로를 하며 나는 이 노트북을 향후 5년간의 단짝으로서 아껴주기로 했다. 나의 고질적인 어깨 통증을 더욱 악화시킬지라도, 뮤직비디오는 전체화면으로 안 보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지라도 어쨌든 내 노트북이니까 내가 아껴줄 거다.

이렇게 나의 노트북 구입기는 끝이 났다. 드디어 오래 전에 사두고 꽁꽁 감춰뒀던 와콤 태블릿도 사용하고 좋은 영상, 좋은 그림,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멋진 콤비가 됐음 좋겠다. 컴퓨터 잘 모르는 나와 같은 흔한 20대 초반 인문대 여대생들이 그냥 인터넷, 문서 작업 이상의 컴퓨터가 필요할 때 심한 멘붕을 겪을 것 같아서 구석탱이 블로그지만 열심히 써보았다. 부디 자기 입맛에 잘 맞는 노트북으로 즐거운 디지털 삶을 누리시길!


덧글

  • 미니큐브 2015/06/12 02:13 #

    노트북은 가격을 조금만 더 생각하면 델 xps모델도 괜찮을거 같은데요. 저도 내년에 노트북을 사려고 하는데 좋은 참고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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